Claude의 부작용

“Garbage in, garbage out.” — 오래된 격언이지만, 요즘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LLM은 구체적이지 않은 프롬프트에서도 꽤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결과를 보고 ‘내가 충분히 명확하게 말했나 보다’라고 착각하기 시작한다는 거다.

동료와 이야기할 때도 프롬프트를 입력하듯 말하게 된다.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도, 맥락이 부족해도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줄 것이라 믿는다.

예전에는 “상부 보고용이라서 그런데, 좀 잘 작성해주세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라는 건데…

물론 그럴 수 있다. 고객이야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지금은 개발팀 안에서도 이런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됐잖아. 왜 반대했어? Claude가 몇 초 만에 끝냈잖아.”

며칠 동안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한 끝에 내놓은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오히려 내가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썼다는 듯이 말한다.

좋은 결과를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던지는 요구는 모호하다. 이 패턴이 반복된다.

LLM이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주니까, 굳이 생각을 깊이 정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아니면 LLM과의 몇 번의 대화로 생각이 다 정리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쌓이면 소프트웨어의 결함보다 소통의 단절이 먼저 찾아온다.

“팀원한테 설명하려면 회의하고 시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토큰 비용 쓰는 게 훨씬 저렴하겠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혼자 처리하는 게 더 빠르고 편한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장애가 발생했는데, Claude Code 덕분에 10분 만에 원인을 찾고 배포까지 마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LLM이 해결한 문제와 연결된 또 다른 거대한(동료들의 협업이 필요한) 문제가 닥쳤을 때다. 그때는 결국 이전에 Claude Code와 해결했던 맥락까지 팀원들에게 다시 설명해야 한다.

만약 Claude Code와 해결한 10개의 이슈가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문제가 파생되었다면, 결국 그 10개의 맥락을 정리하고 팀원들과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각자 Claude Code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토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다.

Claude Code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