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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守株)

世異則事異 · 不法常可1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진다. 늘 통하던 방식을 법으로 삼지 말라.

그루터기의 우화

송나라 농부가 토끼 한 마리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만 지키며 다음 토끼를 기다렸다.2 한 번의 행운을 영원한 법칙으로 착각한 것이다.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남이 잡아먹는다.” 잘 팔리는 제품을 제 손으로 깨부수라는 경영의 격언이다. 한비자는 2천 년 앞서 같은 말을 했다. 통했던 방식일수록 먼저 의심하라.

또 하나의 그루터기

그런데 함정이 있다. 성공을 끌어안는 것이 수주(守株)라면, “언제나 바꿔야 한다”는 믿음도 또 하나의 그루터기다. 바꾸지 못해 망하는 자가 있고, 바꾸지 않아도 될 것까지 바꾸다 무너지는 자가 있다.

한비자의 핵심은 변화가 아니었다. 論世之事, 因為之備 — 지금 세상을 따져보고 그에 맞게 대비하라. 그루터기를 버릴 때와 쟁기를 다시 잡을 때를 가르는 건 변화에의 의지가 아니라 ‘지금’을 읽는 눈이다.

들판은 이미 달라졌다

수주의 어리석음은 그루터기를 지킨 데 있지 않다. 들판이 이미 달라졌음을 보지 못한 데 있다.

  1. 韓非子·五蠹(오두): “是以聖人不期修古,不法常可,論世之事,因為之備。”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늘 옳다고 여겨온 것을 법으로 삼지 않으며, 지금 세상을 따져보고 그에 맞게 대비한다. 

  2. 같은 편의 원문: “宋人有耕田者,田中有株,兔走觸株,折頸而死。因釋其耒而守株,冀復得兔。兔不可復得,而身為宋國笑。” 여기서 ‘수주대토(守株待兔)’라는 성어가 나왔다 — 융통성 없이 옛 방식만 고집하는 태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