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守株)

世異則事異 · 不法常可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진다. 늘 통하던 방식을 법으로 삼지 말라.

송나라 농부가 토끼 한 마리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만 지키며 다음 토끼를 기다렸다. 한 번의 행운을 영원한 법칙으로 착각한 것이다.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남이 잡아먹는다.” 잘 팔리는 제품을 제 손으로 깨부수라는 경영의 격언이다. 한비자는 2천 년 앞서 같은 말을 했다. 통했던 방식일수록 먼저 의심하라.

그런데 함정이 있다. 성공을 끌어안는 것이 수주(守株)라면, “언제나 바꿔야 한다”는 믿음도 또 하나의 그루터기다. 바꾸지 못해 망하는 자가 있고, 바꾸지 않아도 될 것까지 바꾸다 무너지는 자가 있다.

한비자의 핵심은 변화가 아니었다. 論世之事, 因為之備 — 지금 세상을 따져보고 그에 맞게 대비하라. 그루터기를 버릴 때와 쟁기를 다시 잡을 때를 가르는 건 변화에의 의지가 아니라 ‘지금’을 읽는 눈이다.

수주의 어리석음은 그루터기를 지킨 데 있지 않다. 들판이 이미 달라졌음을 보지 못한 데 있다.